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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 더 쉽게 하고 싶어요 - 이지수 모임장

Created
2022/08/0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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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수님,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이지수입니다. 점점 제 자신을 직업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갤러리 큐레이터로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제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예술 공부를 하고 이를 사람들과 나누는 방식으로 업이 점차 변하는 것 같아요. 저의 일상은 주로 예술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사 아래에서- 무엇을 읽고, 누구와 대화하며, 어디를 가봐야 할 지로 구성되어있는 것 같아요. 넷플연가에서의 첫 모임의 주제는 섹슈얼리티였는데, 지금은 관심이 젠더로 옮겨가고 있어서 이 주제로 시즌 5 모임을 준비해뒀어요. 저희 모임은 취중 모임인 것 아시죠?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들러주세요. 제가 요새 한창 빠져 있는 영화들은 일본 근현대 문학들을 소재로 한 것들이에요.
Q. 넷플연가 모임장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모임장 외 넷플연가에서 했던 다른 활동들이 있나요?
처음엔 당연히 망설여졌어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진행하는 일이 너무 부담스럽고 어렵지 않을까?' 였지만 다음 시즌엔 진행할 정기 모임 주제를 2가지로 늘렸고요, 이뿐 아니라 저희 집에서 여는 소모임 <부암동 철학관>까지 기획해서 열고 있어요.
넷플연가를 하면서 재밌는 점은, 그간 나만의 고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모두의 고민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예요. 내가 이 고민을 어떻게 해소하고 있는가, 어떻게 여기고 있느냐는 사실 저만의 문제는 아니고 모두가 느끼고 있는 동시대의 이슈이기도 하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넷플연가의 모임은 제겐 하나의 전시와도 같아요. 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서로 어떻게 각자만의 결론에 다다를지 고민하면서 계속 대화하고 일상을 나누는 퍼포먼스랄까!
현재는 저희 집에서 넷플연가 소모임 ‘부암동 철학관’을 진행하고 있는데, 산속 집에 모여 어디서 못다 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늘어놓는 그런 신진 철학관을 만들자는 취지였어요. 정종 한 잔과 함께 한 가지 철학 키워드를 잡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절대 저렴하지 않은 금액인데도 항상 만석이라는 점! (자랑) 앞으로 어떻게 계속 흘러갈지는 저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열렸던 부암동 철학관은 이야기가 끊기지 않고 밤새 이어졌어요. 다음은 언제 여냐는 메시지를 자주 받고 있습니다.
Q. 모임을 진행하고 소모임을 여시면서 드신 생각이나 감정이 있나요?
같은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단순히 모임으로 끝나고 마는 관계가 아닌 것 같아요. 모임 특성도 특성인지라, 나누는 대화가 각자의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고...이따금 다른 모임에서, 새로운 모임에서, 또 같은 분을 보게 되었을 땐 내심 우리가 같이 살아가고(늙어가고?) 있구나… 하면서 울컥하는 마음도 들어요. 당장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는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와 직결되고, 뒤돌아보았을 때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면 ‘우리 참 진심이었다.’, '참 고군분투했다..’ 하는 그런 느낌? 모임을 하고, 또 준비하면서 저는 그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머무르고 있는 것 같았어요.
Q. 넷플연가에서의 활동이 지수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넷플연가를 하면서 들었던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동안 사회에 제 의견을 드러내는 데에 너무 주저했던 것 같아요. 저에 대한 확신도 없고, 제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뚜렷한 의식이랄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형성되지 않았던 거죠. 여전히 부족하고 항상 흔들리지만, ‘나’라는 사람이 가지는 질문을 사람들과 공유해 본 경험이 저에게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조금 더 과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번 시즌 열릴 제 모임 많이 기대해주시고, 그렇지않더라도 멤버분들 <부암동 철학관>에서 만나요!
Q. 앞으로는 넷플연가와 함께 무엇을 더 해보고 싶나요?
갤러리에서 일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전시나 작품 정보를 관람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이었어요. 예술은 사실 예술가에게만 한정되어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 틀을 깨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전시화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우리들의 일상에 항상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신선한 관점을 제시하는 그런 모임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우리가 모두 자기 삶에서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그런 실천적 활동을 하는 장이야말로 동시대의 전시가 아닐까 합니다.